유물을 만나다 (26)묵호(墨壺)
- 작성자 학예사
- 작성일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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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는 먹물을 담아두는 용기로, 주로 도자기로 제작되었다. 먹물은 대개 필요할 때 먹을 갈아서 바로 사용하였으나, 묵호나 묵통(墨筒)에 넣어 두고 묵시(墨匙)라 부르는 작은 숟가락으로 떠 사용하기도 하였다. 먹은 사용할 때 갈아서 곧 쓰는 것이 좋고, 오래 두면 안 되었기 때문에 사랑방에 먹통을 꼭 구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단지 하급관리나 목수 등 현장에서 바로 기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벼루에 먹을 갈아서 쓸 시간이 없으므로 묵호에 먹물을 담아두고 이를 묵시로 퍼서 사용했다.묵호는 안에 담긴 먹물이 쉽게 흐르지 않도록 입구가 좁고 작은 항아리 형태가 일반적이며, 전체적인 형태는 원통형, 사각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묵호에 가미되는 장식으로는 박쥐나 도룡뇽 같은 동물무늬를 따로 만들어 붙이거나, 풀무늬, 보상당초무늬와 같은 식물 등과 함께 풍경 자체가 청화안료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 묵호는 백자에 녹색 유약이 입혀져 있으며, 도룡뇽 형태의 장식을 따로 만들어 묵호의 입구 부분에 붙였다. 도룡뇽은 1급수의 깨끗한 수질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지표생물 중 하나로, 묵호 뿐 아니라 연적 등 물을 이용하여 사용하는 문방구 등에 주로 장식되고 있다. 이렇게 도룡뇽을 묵호에 장식하는 것은 선비의 맑고 정결한 정신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