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학술·사회

제 767 호 청년 버스 주택, '집'만 있으면 충분할까

  • 작성일 2026-09-14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257
장은정

  지난 8월 7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제안 하나가 온라인을 뒤흔들었다. 황 의원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운하에 늘어선 보트 하우스를 언급하며, 폐기되는 버스를 개조해 대학가 청년들에게 단기 주거공간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버스 한 대를 개조하는 데 5000만 원이 든다고 가정하면, 1만 세대를 5000억 원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함께 내놓았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만든 각종 밈이 SNS를 뒤덮었고, 보수 야권은 물론 진보 진영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황 의원은 사과했고, 더불어민주당도 해당 구상을 공식적으로 접었다. 정치권은 이를 하나의 해프닝으로 마무리하는 분위기지만, 정작 의문은 남는다. 폐버스 주택은 정말 '빠르고 저렴한' 청년 주거 대안이 될 수 있었을까.


해외에도 있었다, 그러나 '임시'였다

▲ 보트하우스의 모습 (출처: 픽사베이)


  황 의원이 근거로 든 암스테르담 사례부터 결이 달랐다. 암스테르담 시가 공식 집계하는 시내 하우스 보트는 1만 척이 아니라 2800척이며, 1만이라는 숫자는 네덜란드 전역의 계류지 수에 가깝다. 무엇보다 하우스 보트는 공공이 대규모로 공급한 주택이 아니라, 2차 대전 이후 주택난 속에서 시민들이 퇴역 선박을 저렴한 거처로 활용하며 자생적으로 늘어난 결과였다. 게다가 하우스 보트는 육상 택지가 아닌 운하의 수면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대학가나 역세권처럼 땅값이 비싼 곳에 세워야 하는 버스 하우스와는 애초에 활용하는 공간 자체가 다르다.


  미국에서는 폐 스쿨버스를 침실과 주방을 갖춘 소형 주택으로 개조하는 '스쿨리(Skoolie)' 문화가 있지만, 이는 개인이 필요에 따라 마련한 자가 개조 주택일 뿐 청년 대상 공공 주택과는 목적도 성격도 다르다. 영국 밀턴킨스의 '더 버스 쉘터 MK'는 노숙인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퇴역 2층 버스를 활용해 2018년 시작됐지만, 코로나19로 환기 문제가 불거지자 결국 버스를 퇴역시키고 컨테이너 개조 시설로 옮겼다. 지금은 이름에서도 '버스'를 뺀 '더 쉘터 MK'로 바뀐 상태다. 미국에서 산불이나 허리케인 이재민에게 버스를 개조해 제공한 사례들 역시, 새집이 마련될 때까지의 '전환 주거(transitional housing)'라는 점을 분명히 못 박고 있었다.


  일본 사례도 마찬가지다. 2차 대전 직후 오사카시는 공습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을 위한 가설주택 중 하나로 폐차된 목탄 버스를 활용했다. 버스는 공동 취사장과 화장실을 둘러싼 형태로 배치되고 내부는 약 4.5다다미 크기로 개조됐지만, 평균 3~4명, 많게는 9명이 버스 한 대에서 함께 지내야 했고 금속 차체 탓에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웠다. 극심한 주택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감수한 열악한 임시 거처였을 뿐, 처음부터 '살고 싶은 집'은 아니었다.


  즉, 해외 사례 어디에도 일반 청년층을 대상으로 폐차 주택을 공공임대의 대안처럼 대량으로 공급한 선례는 없다. 다른 나라의 버스 주택은 거리에서 자야 하는 사람을 어떻게든 안으로 들이기 위한 긴급 대책이었던 것이다.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주거 정책


  그렇다면 실제로 청년들에게 필요한 주거 정책은 무엇일까.

▲가장 필요한 주거정책 (사진: 통계청)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2024년에 제공한 청년의 주거실태와 특징에 따르면 대부분의 청년들은 전세자금 대출과, 주택 구입자금 대출처럼 대출에 대한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뽑았다. 그리고 월세 등 주거비 지원, 공공임대 입주가 뒤를 이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 의향 (사진: 통계청)


  공공임대주택 거주 의향 그래프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속하는 청년독거가구와 부모동거가구(미혼)의 약 60% 이상이 ‘있다’라고 답하였다. 이는 청년들이 대출이나 주거비 지원뿐만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도 높은 거주 의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책 종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청년들이 실제로 원하는 지역에서,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대학가와 직장 등 청년들의 생활권을 고려한 입지, 월세, 관리비 등 경제적 부담을 낮추는 지원, 복잡한 신청 절차 개선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청년 주거정책은 집을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주거비와 거주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청년 주거 정책, 해답은?


  청년들은 자금 대출과 주거비 지원을 비롯해 공공임대주택에도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이는 청년들이 단순히 머물 공간 하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부담을 덜면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폐차된 버스를 개조해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청년 주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버스를 주거공간으로 개조할 경우, 공간의 협소함과 열악한 생활환경 등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청년 주거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원하고, 필요한 주거 환경은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다. 앞으로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주거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장은정 기자, 김건우 기자